올해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 패권이 약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재무부 국제 담당 차관보는 달러 중심의 국제 경제 질서가 여전히 견고하다고 진단했다. 단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요인과 네트워크 효과가 달러의 지위를 지지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본 글은 해당 진단을 토대로 최근 흐름을 입체적으로 해석하고, 시장과 기업이 유의해야 할 포인트를 세심하게 정리한다.
달러 유동성과 네트워크 효과의 힘
미국 재무부 국제 담당 차관보의 진단 핵심은 간명하다. 달러는 단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으나, 세계에서 가장 깊고 투명한 자본시장과 방대하고 지속적인 유동성, 그리고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가 결합된 결과로 여전히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자들은 불안정성이 고조될 때마다 자연스럽게 달러 자산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안전자산 선호와 결제 인프라의 관성적 결합에서 비롯된다.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는 단순한 관성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무역 인보이싱, 원자재 가격 책정, 국제 대차거래의 핵심 노드가 달러로 연결되어 있어, 거래 상대방을 바꾸는 데 따르는 전환 비용이 매우 크고, 법적·회계적 표준의 정합성까지 달러권 중심으로 최적화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경쟁 통화가 일정 부분 점유율을 확대하더라도, 달러의 체계적 우위는 쉽게 훼손되지 않는다.
또한 미국 국채 시장의 깊이는 시스템의 최후 담보 역할을 수행한다. 광범위한 헤지 수단, 파생상품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지속 가능한 담보 수용성은 대형 금융기관과 중앙은행이 위기 시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위험을 환산할 수 있게 만든다. 이는 달러 금융 생태계의 자기강화적 특징을 강화하며, 대체 통화가 제공하기 어려운 즉시성·예측가능성·법적 안정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무엇보다 신뢰와 법치, 규제의 일관성은 장기적 경쟁력을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기반이다. 불확실한 지정학 환경 속에서도 계약 집행력과 공시 체계, 회계 기준의 명확성은 거래비용을 낮추고, 다양한 국면에서 달러 결제를 선택하는 유인을 꾸준히 창출한다. 단기 환율 흐름과 달리, 이러한 구조적 요인은 느리지만 끈질기게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이다.
국제경제 결제·준비자산에서 드러나는 구조적 우위
국제경제 질서에서 달러의 지분은 결제, 준비자산, 자금조달, 가격 책정의 네 축에서 강력하게 확인된다. 각 축은 서로를 보완하며, 한 축의 강세가 다른 축의 신뢰를 증폭시키는 선순환을 형성한다. 그 결과 달러는 무역 대금 결제의 표준 통화로서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의 위험단가를 산출하는 핵심 기준점으로 기능한다.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은 구조적 우위가 뚜렷하다.
- 결제: 글로벌 은행 간 결제 네트워크와 달러 청산 인프라가 폭넓게 표준화되어 있어, 거래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
- 준비자산: 중앙은행의 외환보유 운용에서 달러 자산의 접근성·유동성·담보성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에 가깝다.
- 자금조달: 기업과 금융기관의 국제 채권 발행 및 대출 시장에서 달러 기반 스프레드와 벤치마크 곡선이 지배적 기준이다.
- 가격 책정: 원유와 곡물 등 주요 원자재가 달러로 호가되어, 실물 거래에서도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발생한다.
이와 같은 다층적 우위는 새로운 결제 기술이나 지역통화 블록의 부상에도 쉽게 약화되지 않는다. 혁신은 결제의 방식과 경험을 개선할 수 있으나, 체계 전체의 법적 프레임과 담보 인프라, 유동성 창구, 위기 시 백스톱(backstop)까지 동시 재설계해야 대체가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대안 통화가 신뢰 가능한 기준수익률 곡선과 대규모 담보시장, 투명한 규제, 글로벌 합의된 회계·공시 체계를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시적 분산과 다변화의 움직임이 관찰되더라도, 핵심 축에서 달러의 위치는 실질적으로 공고하다.
견고 함을 뒷받침하는 정책과 리스크 관리
견고한 달러 질서를 지속하려면 정책 신뢰와 리스크 관리가 동시에 강화되어야 한다. 미국 재무부와 연준의 신속하고도 예측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인플레이션에 대한 단호하고 일관된 대응, 국채시장 유동성 지원 장치의 정교화는 제도적 신뢰를 확장한다. 재정 건전성 논의가 반복될지라도, 명확한 부채 관리 전략과 시장 친화적 발행·유통 메커니즘은 달러 자산 수요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킨다.동시에 유의해야 할 리스크도 분명하다. 제재의 과도한 남용은 일부 국가의 탈달러화를 자극할 수 있으며, 지정학적 긴장은 결제망의 단층화를 부추긴다. 또한 디지털화폐, 크로스보더 실시간 결제,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인프라가 부분적 우회를 제공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달러의 코어 기능, 즉 법치에 근거한 계약 집행력과 담보 중심의 대규모 유동성 창구, 위기 시 정책적 백스톱을 단숨에 대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전략은 균형적이어야 한다. 개방적이되 신중한 규제 혁신을 통해 새로운 결제기술을 포섭하고, 글로벌 파트너와의 네트워크 상호운용성을 강화하며, 시장 스트레스에 대비한 유동성 백스톱을 선제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동시에 재정정책의 예측가능성과 데이터 기반의 통화정책 운영을 통해 장기 기대를 안정화하면, 달러 체계 전반의 신뢰도가 더욱 높은 수준으로 고착될 수 있다. 이런 일련의 조합이 바로 차관보의 진단을 현실에서 뒷받침하는 정책적 토대다. 결론 미국 재무부 국제 담당 차관보의 평가는 단기 환율 변동과 별개로 달러 중심 국제 경제 질서의 구조적 안정성을 재확인한다. 깊고 투명한 자본시장, 거대한 담보·유동성 인프라, 표준화된 결제 네트워크, 법치 기반의 신뢰라는 네 가지 축이 상호 보완하며, 대체 통화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달러의 핵심 기능을 견고하게 보호한다. 탈달러화 논의가 반복되더라도, 현재의 제도·시장 결합 구조를 감안할 때 달러의 체계적 우위는 쉽게 약화되지 않는다. 다음 단계로는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기업과 투자자는 결제·조달·헤지 정책을 점검해 달러 중심 인프라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되, 지정학 리스크에 대비한 통화 다변화 시나리오를 병행 설계할 것. 둘째, 정책 담당자는 결제 혁신을 포섭하는 규제 프레임과 국채시장 유동성 안전판을 정교화할 것. 셋째, 시장 참여자는 인플레이션 경로, 재정 이슈, 글로벌 규제 변화와 같은 ‘신뢰 지표’를 상시 모니터링해 민첩하게 포지션을 조정할 것. 이러한 체계적 접근이야말로 달러 질서의 견고함을 기회로 전환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